[미국에 오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4. 미국은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Sujin Park
4 min readNov 24, 2021
From Devanth, Pixabay (link)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 혹은 오전 8 — 오후 5, 오전 10 — 오후 7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했었는데요. 미국은 회사에서 정해놓은 근무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롭고 편한 근무 환경일 것 같은데요; 실제로 미국에서 일하면서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회사는 실리콘 밸리의 테크 회사이기 때문에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 관련 업계나 전통적인 제조업과 같은 회사와는 근무 환경이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 직장, 특히 테크 분야 회사 중 일하는 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정해져 있는 곳은 제가 알기로 거의 없습니다. 한국 직장에서 근무할 때, 출퇴근이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이 늦게 오기도 하고 컨디션에 따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을 때는 5–10분 정도만 늦게 출근해도 매니저님께 눈치가 보이곤 했는데요. 미국에서는 각자 상황이나 컨디션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절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있는 부모님 같은 경우 아이를 이른 오후에 픽업해야 한다면 아이를 픽업한 후 다시 집에서 근무하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일을 빨리 끝내는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하루에 8시간을 오피스에서 근무해야 했는데 미국에서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업무를 빨리 끝내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어떤 일을 했을 때 가장 큰 임팩트가 있을지를 고민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더욱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업무량을 보면 개인적으로 미국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한국보다 대략 1.5배 정도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보다는 그 일을 함으로써 ‘so what’ 즉 결과가 무엇인지를 미국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을 할애했지만, 결과가 미미하다면 그 시간에 더 임팩트가 있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한 것은 본인의 잘못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시간이 1~2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어떤 업무를 했을 때 가장 큰 결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개인적으로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해야 하는 업무가 끊임없이 있다 보니 내가 그 일을 했을 때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나보다 그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양도해서 가장 큰 성과를 내는 것을 미국은 지향합니다. 결국 진급이나 성과평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리더들과의 대화에서도 우선순위 (prioritization), 시간 활용법(time management)과 같은 토픽이 정말 자주 언급됩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업무 스트레스도 한국보다 미국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주변에 함께 일하는 동료는 일하는 것이 마치 유리컵을 저글링 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잠깐의 부주의에 들고 있던 유리컵을 바닥에 깨트리는 것처럼 너무 많은 일이 한 번에 진행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일과 개인 삶의 경계도 한국보다 뚜렷하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퇴근이 후나 주말에는 회사 업무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모두 회사 랩탑을 백팩에 가지고 다니면서 출퇴근하는 셔틀버스 안에서, 아이를 재워 놓고 자기 전 저녁 등 본인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일을 합니다. 특히 코비드-19 이후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업무와 개인 삶의 경계를 짓는 것이 더욱 힘들어져서 많은 사람이 이런 부분 때문에 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미팅도 정말 많고 어떻게 시간 활용을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해 항상 일에 파묻혀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고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주중에는 미팅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주말이나 주중 저녁에 일을 마무리한 적도 많고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저녁이나 주말에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일은 업무 외에도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동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의 주 40시간보다 훌쩍 넘는 시간을 일하면서 보냈습니다.

이제는 그래도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많이 적응되어서 꼭 참석해야 하는 미팅만 참석하고 우선순위를 더 잘 정해서 업무 시간 동안만 일하고 개인 시간 동안은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등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커리어는 길게 달리는 마라톤이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처음에 소진하지 않도록 지금은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갈 방법들을 계속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에 옳고 그름은 없으나 한국/미국에서 더 잘하고 있는 부분을 서로 배워서 궁극적으로 더 좋은 근무환경으로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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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jin Park

My long-term vision is to make a positive impact on society, and sharing my learnings via blogs is one of the endeavors to make my vision a re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