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2]미국에서 일하려면 얼마나 영어를 잘 해야 할까?

Sujin Park
4 min readNov 18, 2021
Image by khamkhor from Pixabay

한국에서 일할 때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는 팀들이 다 한국에 있어서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약 500명 가량 되는 한국 지점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독일에서 온 한 명만 외국인이었을 정도로 한국인들과만 일했었는데요. 미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변화가 있었던 것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많은 만큼 출신 나라에 따라 영어의 억양도 다 다르고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협업하기 때문에 시차도 다르고, 일하거나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서 계속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려면 얼마나 영어를 잘 해야 할까요? 물론 영어는 잘하면 잘할 수록 좋습니다! 원어민 처럼 잘하면 제일 좋지만, 영미권에서 태어났거나 어렸을 때부터 영미권에서 살지 않았다면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기는 쉽지 않겠죠. 저도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미국으로 처음 온 것은 대학교였기 때문에 엑센트가 있고 때로는 제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할 때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는 합니다.

또한 테크 직군인지 테크 직군이 아닌지에 따라서 기대되는 영어의 수준도 나뉘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처럼 코딩이나 개인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직군은 영어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미팅을 많이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주된 업무인 기획 (product manager) 혹은 마케팅과 같은 직군은 기대되는 영어의 수준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모든 직군에서 레벨이 높아질수록 미팅에서나 글로서 내가 소통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특히 미국은 핵심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그 잘못이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글이나 말할 때 구조를 잘 잡아서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 얘기하는 것이 매우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잡 인터뷰를 볼 때도 명확하고 간결히 소통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도 높은 직군으로 올라갈수록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들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영어는 결국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원어민과 같은 미국 억양으로 영어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소통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은 노력하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습니다. 원어민이나 다른 사람들이 영어단어나 관용구를 어떻게 쓰는지 주의 깊게 듣고 나도 써먹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확실히 표현이 풍성해집니다. 저도 외국인으로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처음 들은 관용구나 이해되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면 노트에 적어놓았다가 나중에 찾아보는 것을 습관화하는데요. 그리고 새롭게 배운 단어나 관용구를 대화할 때 써보면서 제가 쓸 수 있는 단어/관용구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미팅에서는 ‘announcement (공지)’라는 단어가 결혼/약혼 등 큰 이벤트가 있을 때 공지한다는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더 업데이트할 것 있어?’ 정도의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가 팀원이 ‘누가 약혼해? 왜 공지를 해?’라고 물어서 이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영어는 제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발음을 잘 못 해서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에피소드 등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텐데요. 하지만 영어로 책도 꾸준히 읽고, 또 모르는 단어나 관용구를 반복해서 공부해서 생활에 써먹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직장생활을 처음 미국에서 시작했던 3년 전보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더 영어 표현이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의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지만, 원어민이 아닌 이상 미국에서 생활하려면 영어는 꾸준하게 노력해야만 발전한다는 것, 또 원어민과 같은 억양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쓰는지 소통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짧은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을 통해 배운 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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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jin Park

My long-term vision is to make a positive impact on society, and sharing my learnings via blogs is one of the endeavors to make my vision a reality.